Q&A
여자친구 아버님과 만나고 온 썰.
오늘 여자친구 아버님 만나는 것 때문에 긴장 많이 했다.
기혼자인 직장 동료 형한테도 상담받고, 주로 어떤 대화 나눌 지에 대해서 면접 예상 질문 준비하는 것 마냥 철저하게 했다.
옷 차림은 여자친구 조언대로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까지 찼다. 정장이 남자다운 멋을 업 시켜준다고 하지만, 거울보니 나는 아니더라고 ㅎㅎ
출근해서 일하는데 직장 상사 분이 와서 '오늘 여자친구 아버님 만난다며, 그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퇴근하고 얼른 준비해서 가봐.'라고 하시더라.
퇴근하고 일단 여자친구가 소개해준 미용실부터 가기로 했다.
어떤 머리를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 훤칠한 인상을 주고 싶다고 말하니 포마드 해줬는데 거울에는 면접 준비하는 취준생이 있더라 ㅎㅎ
여자친구는 아버님이랑 같이 오신다고 하셨고, 미리 약속된 식당으로 갔다. (사전에 알아보니 상견례 장소로 유명한 식당.)
원래 약속 시간이 7시였는데, 일찍 퇴근한 덕분에 40분 정도 일찍 가서 앉아있는데, 마치 면접 순번을 기다리는 것처럼 긴장된 상태로 기다렸어
약속 시간까지 한 5분 정도 남으니까 여자친구랑 여자친구 아버님이 오셔서 바로 일어나서 인사드렸다 ㅎㅎ;
첫 인상은 눈매가 유하신 노신사처럼 보였다. 날 보자마자 허허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셨는데 눈이 아버님 손목에 딱 꽂혔다.
내가 시계에 관심이 많은데, 그건 그런 거 상관없이 누가 봐도 고가품이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는 시계였어.
그것만 봐도 왜 여자친구가 말끔하게 입고 오라고 했는 지 알 수 있었다.
자자, 앉아서 이야기하지. 하시길래 먼저 아버님 앉으시고 뒤이어 앉았는데 여자친구가 자연스레 내 옆에 앉더라고.
보통 자기 아버지와 남자친구가 있는 자리에서 여자는 아버지 옆에 앉는다고 하던데, 감동이었다 ㅎㅎ
앉고 난 뒤 난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실수 않고 대답 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머릿 속에서 예상 질문 시뮬레이션 돌렸어.
그런데 대화 주제는 '나에 대한 질문'보다는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여자친구가 태어났을 때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나중에 결혼은 제 때 할 수 있을 지 걱정된다는 농담부터 시작해서,
어렸을 때 사과를 먹다가 알러지가 났다는든지, 학교에서 계주 대회 나가서 뛰다가 넘어졌지만 그 자리에서 울지 않고 집에 와서 울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을 하시더라 ㅋㅋ
여자친구는 옆에서 무슨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하면서 부끄러워했지만, 어줍잖게 면접 자리가 될 거라고 긴장하던 내가 더 부끄럽더라.
한 시간 정도 대화 나누며 같이 웃으면서 정말 그 자리에서의 시간을 즐겼어.
여자친구 아버님이 딸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시는지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긴장도 풀렸고, 여자친구에 대한 내 생각도 많이 이야기했어. 어떻게 만났는지도 말했고.
결코 가볍게 생각하고 만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내가 여자친구 정말 사랑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
아버님이 그러면 안된다며 서로 사랑해야 하는 거라고 여자친구한테 너도 사랑하냐고 물으시더라 ㅋㅋ
우리 여장부, 여자친구는 그러니까 만나고 있죠, 라고 대답하고 ㅋㅋㅋㅋ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아버님께서 직장 있는 사람한테 평일에 나오라고 해서 미안하다며,
"딸아이한테 이미 --씨가 어디서 살았고, 어느 학교 나왔고, 어떤 일을 하는 지는 들었지만, 만나서 술 한 잔 나눠보지 못한 사람한테 안심하고 딸아이를 맡기기엔 내가 근심이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 딸아이 잘 부탁합니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아, 정말 여자친구가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주량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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